[디스크립션]
2023년 개봉한 **‘보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는 공포 영화의 천재로 불리는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세 번째 장편작입니다.
전작 *‘유전(Hereditary)’*과 *‘미드소마(Midsommar)’*가 가족과 공동체의 공포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한 개인의 내면으로 들어간 공포입니다.
감독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이 지닌 불안, 죄책감, 모성 트라우마를 초현실적으로 해부합니다.
이 영화는 “무엇이 진짜 공포인가?”라는 질문 대신,
**“공포란 결국 나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다”**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립니다.
출연진과 제작진: 불안의 얼굴을 연기한 배우들
‘보이즈 어프레이드’의 주인공 보(Beau Wassermann) 역에는 배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가 출연했습니다.
그는 특유의 섬세하고 광기 어린 연기로, 극단적인 불안을 느끼며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남자의 내면을 완벽히 구현했습니다.
피닉스의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불안 그 자체의 형상화’**로 평가받았습니다.
보의 어머니 모나(Mona) 역에는 **패티 루폰(Patti LuPone)**이 출연했습니다.
그녀는 아들을 통제하고 죄책감으로 조종하는 ‘모성 공포’의 화신으로, 아리 애스터 감독 특유의 **‘가족 관계의 왜곡된 권력’**을 상징합니다.
젊은 시절의 모나는 **조이 클라인(Zoe Lister-Jones)**이 연기해,
보의 기억 속 왜곡된 모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또한 **에이미 라이언(Amy Ryan)**과 **네이선 레인(Nathan Lane)**이 보를 일시적으로 돌보는 부부로 등장하여,
‘보호’라는 이름의 새로운 감금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감독은 실험적 연출로 유명한 **파커 포지(Parker Posey)**와 **카일리 로저스(Kylie Rogers)**를 기용해,
각각 보의 욕망과 두려움을 의인화한 캐릭터로 활용했습니다.
감독 **아리 애스터(Ari Aster)**는 이번 작품에서 **“내면의 지옥”**을 시각화하기 위해
극도로 세밀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장면 전환을 통해 **‘불안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음악은 **바비 크를릭(Bobby Krlic, The Haxan Cloak)**이 맡아,
저주받은 동화처럼 서정적이면서도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사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줄거리 요약: 불안의 미로를 떠도는 한 남자의 여정
보는 도시에 혼자 살고 있는 중년 남성으로, 심한 불안 장애와 강박적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의 아파트는 낙서와 폭력으로 가득한 위험한 지역에 있으며,
그는 문을 잠그고도 계속해서 침입당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 모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던 그는
도둑맞은 가방과 약 복용 문제로 출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사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그의 현실은 점점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보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낯선 부부의 집에 머무르지만,
그곳은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실상은 감정적 감금의 공간입니다.
그는 점점 더 환각과 망상 속으로 빠져들며,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기억의 파편 속에서 그는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라 통제와 죄책감의 장치였음을 알게 됩니다.
보는 숲 속의 극장에서 자신의 인생이 이미 연극처럼 ‘연출되어 왔다’는 사실을 보며 절망합니다.
모든 경험이 어머니의 통제 아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보가 어머니의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모나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이 아들의 반응을 보기 위한 ‘테스트’였음을 밝히며,
보를 비난하고 무력화시킵니다.
보는 도망치려 하지만, 배 위에서 마치 재판을 받듯 관객 앞에서 자신의 죄를 심판받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그의 보트는 뒤집히고,
불안에 짓눌린 그의 존재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
마치 모든 것이 태초부터 예정된 불안의 연극이었던 것처럼.
불안의 해부: 모성, 죄책감, 존재의 공포
‘보이즈 어프레이드’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불안장애’를 시각화한 심리학적 판타지이자,
현대 사회의 정신적 억압을 비유하는 철학적 드라마입니다.
보의 세계는 철저히 무의식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의 집은 ‘자기 억압의 공간’,
거리의 혼돈은 ‘사회적 불안’,
낯선 부부의 집은 ‘타인의 기대 속 감금’,
그리고 어머니의 저택은 ‘근원적 트라우마’의 상징입니다.
아리 애스터는 영화 전반에서 프로이트적 구조를 차용했습니다.
어머니는 ‘초자아(Superego)’로서 보의 삶을 통제하고,
보 자신은 ‘자아(Ego)’로서 그 통제를 벗어나지 못한 존재입니다.
그의 욕망과 공포는 모두 ‘어머니의 시선’ 속에서 왜곡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재판 장면은,
**“불안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심판이다”**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보가 도망치는 여정은 사실상 내면의 심리적 탈출 시도이며,
그가 결국 파멸하는 이유는, 불안이 단순히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그 모든 철학을 시각적으로 압축합니다.
파스텔톤의 평범한 집, 인형처럼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점점 좁아지는 공간은 모두 **“불안의 공간화”**를 상징합니다.
관객은 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사실 그 세상은 이미 그의 두려움으로 구성된 미로입니다.
[결론]
‘보이즈 어프레이드’는 공포, 코미디, 심리극이 혼합된 불안의 대서사시입니다.
아리 애스터는 이 영화를 통해 외부의 괴물이 아니라 내면의 괴물,
즉 ‘불안’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세웠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감독의 철저히 계산된 비주얼,
그리고 불안의 구조를 해부하는 서사가 만나
‘보이즈 어프레이드’는 단순한 영화가 아닌 정신분석적 체험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묻습니다 —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세상인가, 아니면 당신 자신인가?”
그 질문이 남기는 여운이야말로,
아리 애스터가 만든 가장 잔인하고 진실한 공포입니다.